심혜영 | 푸른문학 | 8,500원 구매 | 3,000원 3일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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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0
서른이란 숫자는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을 줄 알았다. 시간이 아니라 운명적인 공간이동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와 먼 미래에 설정된 괜찮은 어른이란 모호함 속에 낭만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는 비슷한 윤곽이라도 그리고 살겠지 싶었는데, 나는 이미 서른에서 마흔에 이르는 열 계단을 건너 마흔하나가 되었다.
서른이 넘도록, 줏대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일이 없다. 줏대는 비전이 만든다. 비전이란 구체적이고 선명히 그릴 수 있는 미래 아닌가. 그것은 나의 미래, 나의 그림, 나의 관계, 나의 사람들과 만들어 가는 나만의 구체적인 삶임에도, 나의 시선은 늘 남들을 따라 사는 데 맞춰져 있었다. 그들의 비전을 빌려 사는 동안 내가 쫓는 사람이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