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연을 느끼고 향유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다.
“시간이 가면 나를 버린 그 사랑도 미쁠 수 있다는 걸 나비로 날아와 꽃으로 살다 바닥에 사뿐히 내려앉은 마른 꽃잎에게서 배운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지독한 고독에 몸을 담고 태초의 그 날처럼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망연히 자신을 바라볼 때조차 자신을 속이는 것이 인간”이라는 걸 문득 깨닫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 모든 존재가 다 옳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소한 것들을 사랑하다 가겠단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풀꽃 하나 나무 한 그루의 전생이 그러하듯 언젠간 편안한 바닥에 몸을 펴고 붉은 단풍나무와 노란 민들레와 작은 벌레의 한 끼 밥이 되리라. 그리운 사람은 지구 반대편 어둠 속에 있고 숲 속에 우두커니 그러나 평화로이 앉아 그를 그리워한다.
처음의 속도를 회복하고 싶다. 느린 호흡과 먹고 자며 억지 부리지 않고 절로 그리되기를 희망하는 것, 단문이 장문이 되기를 바라진 않지만 지나친 절제는 감성을 건조하게 하므로 경계대상이다. 오늘도 나와 함께 밤을 보냈지만 선택되지 못한 것들은 가차 없이 내려놓는다.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버리다 보면 언젠간 그곳에 닿을 것이다. 어둠이 검은 막을 밀어내고 창이 밝아오는 지금 내게 가장 절실한 건 약간의 시간과 따듯한 커피다.
이 책은 숲이 전하는 말, 숲에서 만끽한 사유의 편린, 잠언 같은 글을 모았다. 이것은 지금의 내 마음이기도 하고 이쯤에서 내려놓고 싶은 당신의 고백이기도 할 것이다. 삶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하나가 아닌가. 불가능을 예측하되 가능을 꿈꾸며 자연과 사회가 제시하는 규범을 지키며 그러나 아무도 이길 필요가 없는 일상을 꿈꾼다.
저자 : 김인자
강원도 삼척 출생.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했으며 현대시학 ‘시를 찾아서’로 등단했다. 2016년 2017년 출간한 산문집(『대관령에 오시려거든』, 『사과나무가 있는 국경』)으로 2년 연속 세종 우수도서에 선정되었다. 현재 강원도 산골에 살고 있으며 잡지 기획, 경인일보 오피니언 고정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서유럽을 시작으로 세계 다양한 나라를 여행했다.
저서: 시집 『겨울 판화』, 『나는 열고 싶다』, 『상어 떼와 놀던 어린 시절』, 『슬픈 농담』 / 산문집 『그대, 마르지 않는 사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대관령에 오시려거든』 / 여행서 『마음의 고향을 찾아가는 여행, 포구』, 『걸어서 히말라야』, 『풍경 속을 걷는 즐거움, 명상 산책』, 『아프리카 트럭여행』, 『남해기행』, 『사색기행』, 『나는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여행한다』, 『뉴질랜드에서 온 러브레터』, 『사과나무가 있는 국경』 등이 있다.